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두려움을 넘어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듭니다. 젊음이 영원할 것 같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거울 속에서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곤 합니다.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43세라는 이른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나이 듦'과 '상실'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그 깊은 성찰에서 길어 올린, 삶의 모든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지혜로 가득합니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왜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책은 늙음 그 자체가 고통이 아니라, ‘늙음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합니다. 젊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젊음의 시기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불안해한다면, 그 빛나는 시간조차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삶을 지루해하지 않고, 돌봐야 할 사람이나 일이 있으며, 피할 수 없는 상실을 견뎌낼 만큼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나이 듦은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수많은 상실의 경험은 우리를 단련시켜 마지막 상실, 즉 죽음까지도 의연하게 맞이할 힘을 길러줍니다.
자기를 초월할 때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
저자는 즐겁게 나이 들기 위해 ‘자기를 초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나 자신에게만 쏠려 있던 시선을 타인과 세상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내 것처럼 느끼고,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며, 내가 살지 않을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자기 초월 능력을 가지면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밀려오는 허무함을 극복하고,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내가 죽어도 다음 세대를 통해 생명은 이어지며, 세상은 존속한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자신을 넘어 더 큰 세상과 연결될 때, 우리는 유한한 삶 속에서도 영원한 의미를 발견하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저자는 파킨슨병이라는 예기치 않은 불행 앞에서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자.' 이 단순한 결심이 그녀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길거리 공연에 뜨겁게 호응하고, 작은 물방울에서 우주를 발견하며 사진을 찍는 등,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하루하루를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거나, 이미 일어난 일이거나,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사소한 일이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오늘의 즐거움을 놓치기보다, 삶과 뜨겁게 연애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은 우리가 보고자 하는 만큼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저자는 꿈에 그리던 대학 병원에 남지 못했을 때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차선으로 선택한 국립정신병원에서 오히려 정신분석, 예술 치료 등 더 넓은 세상을 만나며 의사로서 깊이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길이 막혔을 때, 그것이 끝이 아님을 그녀의 삶이 증명합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는 법이고, 차선이 아니면 차차선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
우리 앞에 놓인 길이 막혔다고 느낄 때, 이 말을 기억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인생의 고비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