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인문학' 리뷰
돈의 흐름을 꿰뚫는 거인들의 지혜
왜 세상은 내 노력과 무관하게 움직이는가? 그 답은 역사 속에 있었다.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부자가 되지 못할까?", "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내 예측과 다르게 움직일까?" 브라운스톤(우석)의 베스트셀러 『부의 인문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뜻밖의 장소, 바로 '인문학'에서 찾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주식을 사라'거나 '어느 지역에 투자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게임의 근본적인 '규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은 경제학, 역사, 철학이라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비로소 선명하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1.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부의 원리를 찾아서
책의 핵심 메시지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우리보다 먼저 자본주의의 속성을 깊이 탐구한 애덤 스미스, 하이에크, 슘페터와 같은 경제학 거장들의 통찰력을 빌리라는 것입니다. 뜬소문이나 단기적인 유행을 좇는 대신, 수백 년간 증명된 경제 원리를 통해 돈의 흐름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투자를 일회성 도박이 아닌, 원칙에 기반한 장기적인 행위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2.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 왜 현금은 쓰레기가 되는가?
『부의 인문학』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바로 돈이 '빚'을 통해 창조되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와 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는 현대 통화 시스템에서, 가만히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은 자산 가치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돈은 빚, 대출로 생겨난다. 빚, 대출이 많이 발생할수록 돈이 더 많이 생겨난다. 이런 식으로 돈이 많아지면 돈 가치가 떨어져서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저자는 가치가 하락하는 '가짜 돈(화폐)' 대신, 가치를 보존하거나 증식시키는 '진짜 돈(Real Money)', 즉 부동산과 우량주 같은 실물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3. 시장은 도덕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면 보상받아야 한다"는 도덕적 잣대로 시장을 평가하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하이에크의 이론을 빌려, 시장은 도덕이나 노력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곳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시장은 오직 수요와 공급이라는 차가운 신호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이러한 몰이해는 종종 비극적인 정책 실패로 이어집니다. 책은 프랑스 혁명 당시 우유 가격을 통제하려다 오히려 우유 대란을 초래한 로베스피에르의 사례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어떻게 시장을 왜곡하고 더 큰 부작용을 낳는지 경고합니다.
4.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분업' 개념을 통해 도시, 특히 서울과 같은 슈퍼스타 도시의 성장 원리를 설명합니다. 분업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재와 자본은 가장 큰 도시로 몰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서울의 부동산 가치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입니다. 이는 '묻지 마 투자'가 아닌, 인문학적 통찰에 기반한 논리적인 결론입니다.
"가난해도 부자 동네에 줄을 서라. 부동산 투자의 원리는 부자 동네랑 얼마나 가까운가에 있다."
또한, 파레토의 '20대 80의 법칙'을 통해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투자자라면 상위 20%에 속하는 핵심 자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Review
『부의 인문학』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저자의 단호한 어조와 보수주의적 시각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떠나,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판을 읽고 생존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곱씹어봐야 할 통찰로 가득합니다. 단기적인 기술적 분석에 지쳤거나,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세우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